바둑학 20여년을 돌아보며
정수현 /June 12, 2024
바둑의 역사는 오래 되었으나, 바둑학의 역사는 매우 짧다. 3000년의 바둑 역사
에서 바둑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의 끝자락에 와서이다. 많은
학문 분야들이 지난 100여 년간에 발전되었으나, 바둑학의 연구는 1997년 명지대
학교에 바둑학과가 창설된 후부터 겨우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이다.
그동안 ‘바둑학(Baduk Studies)’의 이름으로 연구를 하여 발표를 하고, 바둑계
의 발전방안을 제안하는 등의 활동이 있었다. 그런데 바둑학이 태동하던 시절의 활
동에 관한 기록은 뚜렷하게 남겨져 있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바둑학의 초기 역사
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이미 기억이 희미해진 부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둑학에 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최초의 바둑학과 교수로 바
둑학의 정초(定礎)에 관여했던 입장을 살려 이 시기의 활동에 관한 기억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다루게 되어 엄격한 형식의 역사적 기록이라
고 할 수는 없고, 일종의 구술자료와 같은 성격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이 훗날 바둑학의 역사를 정립할 때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도 바
둑학회의 활동을 돌아보며 반성적으로 성찰할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